TV를 사 왔는데 왜 보지를 못하니?

모니터를 새로 사면서 찾아보니 TV 수신기능이 내장된 모델이 많았다. 맙소사! 디지털 TV라니! 이제 나도 부르주아 라이프스타일을!!!

그런데 응? 모니터를 사서 신나게 설치했지만 TV가 안 나오는 게 아닌가! 벽에 안테나 플러그가 있어서 여기에 연결하면 당연히 TV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벽에 달린 플러그가 그냥 장식용이고 실제 안테나는 아닌 모양이다.

할 수 없이 TV 안테나를 추가로 사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옷걸이로 안테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바로 아래의 링크의 동영상이다. 이거 보고 따라 만들면 된다.

안테나를 주문해놓긴 했지만 주문한 안테나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TV를 보고 싶기도 했고 옷걸이로 안테나를 만들어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해서 한 번 해 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쉬워서 겁만 먹지 않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동영상에 나온 정보(송신소 주파수 등)가 내 조건과는 정확하게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잘 확인해보고 해야 한다.

도와주신 분들

재미있는 일을 혼자 하기 아까운 것도 있고 필요한 도움도 있어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분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 글도 없었을 것이다.

  • 이원웅: 각종 연장을 제공했고, 납땜 작업을 도와줬다. 물론, 납땜은 할 필요가 없는 작업이었다.
  • 안형우: 사진 촬영을 해줬다. 그리고 우리집 식량을 축내고 하룻밤 자고 갔다.

두 분 다 “노동자 연대” 신문의 개발팀 소속이다.

준비물

  • 철사 옷걸이
  • TV 안테나 케이블
  • 니퍼
  • 절연 테이프

철사 옷걸이를 안테나로 만들어 안테나 케이블에 붙이는 작업이다. 니퍼는 전선 피복을 벗길 때 필요한데, 없으면 대충 칼이나 가위로 해도 된다(조심조심). 절연 테이프가 없다면 나처럼 청테이프를 써도 된다.

제작 과정

정보수집

먼저 안테나를 설치할 곳에서 가까운 DTV 송신소가 어디인지를 찾아보아야 한다. 아래 페이지에서 찾아보면 된다.

나는 관악산이 가장 가까운 수신소였다. 그래서 주파수를 500MHz로 잡았다. 수신소의 방송 채널별 주파수 정보는 위 동영상에 나온다.

그 다음 주파수에 따라 안테나의 변의 길이를 계산해야 한다. 이걸 계산해주는 verizon.net 사이트가 동영상에 소개돼 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 페이지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웹 아카이브 웨이백 머신(Web Archive Wayback Machine)을 이용하면 저장된 옛 페이지 사본을 이용할 수 있다. 아래 주소로 접속하면 된다.

위 페이지에서 500MHz로 계산하니, 한 변의 길이를 15.316cm으로 하라고 나왔다.

옷걸이 펴기

옷걸이 펴기

옷걸이를 풀어서 철사를 쓱쓱 펴준다. 나에게는 이게 가장 힘든 작업이었지만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깔끔하게 펴지 못하고 그냥 대충 폈다.

옷걸이 접기

옷걸이에 위에 나온 한 변의 길이(내 경우는 15.3cm)마다 눈금을 표시하고 정사각형으로 접는다. 동영상에서는 윗변을 좀 더 여러번 접어 수신이 잘 되게 했지만, 나는 귀찮아서 그냥 대충 접었다.

다 접었으면 옷걸이 아래쪽을 잘라 내고 피복을 벗겨 철사가 드러나게 한다.

옷걸이 접기

TV 안테나 케이블 자르고 전선 정리하기

TV 안테나 케이블의 한쪽 끝을 자른다. 가위나 니퍼로 미련 없이 싹둑 자르면 된다.

케이블 자르기

그 다음, 전선을 두 가닥으로 정리해야 한다. 먼저 바깥쪽을 둘러싸고 있는 가는 전선들을 모아서 한 가닥으로 뭉쳐 준다.

전선들이 둘러싸고 있던 선을 자세히 보면 안쪽에 굵은 전선이 하나 있고 피복이 그걸 둘러싸고 있다. 조심해서 피복을 벗겨 낸다.

가는 전선 뭉치와 굵은 전선을 각각 구분해서 서로 닿지 않게 하면 된다.

옷걸이와 TV 안테나 연결

이제 옷걸이의 두 가닥과 TV 안테나의 두 가닥을 각각 연결해 준다. 동영상에서 납땜을 해 주면 더 좋다길래 나도 납땜을 해 봤다. 하지만 납이 옷걸이 철사에 달라붙지 않고 계속 흘러내리는 바람에 납 연기만 잔뜩 마시고 납땜을 성공하지는 못했다.

옷걸이와 케이블을 붙이기

그래서 그냥 청테이프를 대충대충 발라서 연결해 버렸다. 그래도 청테이프 파워가 있으니 튼튼하게 잘 연결된 것 같다.

완성!!

완성!!

잘 작동하는가?

모양도 울퉁불퉁하고 납땜도 실패했고 옷걸이 윗부분을 여러 번 접지도 않았지만, TV 수신이 꽤 잘 됐다!

잘 수신된다

다만, 창 밖에 안테나를 내놓았을 때만 수신이 잘 됐고, 그냥 실내에 뒀을 때는 수신이 잘 되지 않았다. 또, 안테나의 각도에 따라서 TV 수신이 잘 안 되기도 했다.

나중에 상용 안테나와 비교해보니 확실히 실내 수신률의 차이가 컸다.

상용 안테나보다는 나쁘지만 그래도 돈 들이지 않고 급하게 TV 안테나를 만들어야할 때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재미도 있으니 안테나가 필요할 때 겁먹지 말고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