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홀릭에도 공유한 내용이다.

작년에 노트북(Thinkpad X220)의 LCD 패널을 IPS 패널로 교체했는데 원래 달려있던 TN 패널이 불량화소도 전혀 없고 색감도 좋은 것이라 그냥 버리기는 아까웠다. 혹시 노트북 화면이 고장나면 교체용으로 쓸 수 있었겠지만 장비를 사랑하는 나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중고시장에 내놓아 보아도 아무도 사 가지 않았다. 이 계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 가벼운 서브모니터를 만들어 보게 되었다.

재료

LCD 패널이 모니터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곘지만, 모니터를 만들려면 이것 말고도 신호를 입력받고 패널을 제어하는 컨트롤러 보드와 AD/DC 전원 어댑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구성요소들을 조립해 모아둘 케이스도 있어야 한다.

  • 패널: 노트북에서 적출한 TN 패널. 모델은 LP125WH2(TL)(B1)
  • 컨트롤러/리모콘: 이베이(ebay)에서 주문. 배송비 포함 약 $30. 배송기간은 약 30일. 패널의 모델과 정확히 일치하는 컨트롤러를 구입해야 하며, 판매자에게 이를 분명히 요청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문한 제품은 이것인데, 자신이 가진 패널 모델과 맞는걸 사야 하므로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도록 하자. 잘 찾아보면 컨트롤러를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살 수 있다면 그 편이 더 좋을 것이다.
  • 어댑터: 국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표준 어댑터 구매. 가격은 1만원 정도. 컨트롤러 판매자가 같이 판매하지 않아서 따로 구입했다.
  • 케이스: 다 쓴 노트의 내용물을 뜯어내고 표지와 스프링만 사용했다. 아크릴 판이나 유리 액자 등도 고려해 봤지만, 공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내 솜씨도 모자라서 그런 것들은 무리일 것 같았다. 대단한 걸 만들 게 아니므로 노트 같은 가볍고 가공하기 편한 재료도 괜찮다.
  • 케이스 조립 재료: 바느질 도구, 유리테이프
  • 고무발: 조각접착제를 사용했다.

작업과정

  1. 패널과 컨트롤러를 연결하여 테스트해 본다.
  2. 케이스(노트)에 컨트롤러와 패널을 고정한다. 적당히 붙이면 되는데 나는 여러 가닥의 실로 묶은 뒤 테이프로 마감했다.
  3.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스에 고무발을 달아준다. 점성이 있는 재료를 적당히 붙이면 된다.
  4. 완성. 잘 되는지 테스트해 본다.

원래 블로그에 작업기를 쓸 생각이 없었던 터라 작업과정을 촬영하지는 못했다.

결과물

모니터 사진 1

오른쪽의 화면은 그냥 노트북이고, 왼쪽에 덮여 있는 노트가 내가 만든 모니터다.

모니터 사진 2

노트를 열면 이렇게 패널이 나온다.

모니터 사진 3

모니터를 사용할 때는 탁상달력처럼 세워서 사용한다. 사진의 모습은 아직 고무발을 달기 전이다. 그래도 잘 선다.

모니터 사진 4

화면이 선명하게 잘 나온다.

모니터 사진 5

컨트롤러는 노트 뒷면에 실과 유리테이프를 이용해 고정해 두었다.

모니터 사진 6

노트에 미리 송곳으로 구멍을 뚫은 후 바느질했다. 튼튼하게 하기 위해 실을 네가닥씩 접어 바늘에 꿰었다. 나는 바느질을 잘 못하지만 이런 요령으로 작업하니 어렵지 않았다.

모니터 사진 7

고무발을 달고 세운 모습.

모니터 사진 8

고무발을 단 상태에서도 잘 접힌다.

평가

그냥 남는 패널 처리 겸 재미삼아 해 본 것인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지 않은가. 재미로 해보고 실패하면 버릴 생각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와 버렸다. 앞으로 사랑스럽게 사용할 것 같다.

장점

  •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
  •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모니터다.
  • 남는 패널에 쓰임새를 부여했다.
  • 딱 노트 크기다. 안 쓸 때는 책장에 꽂아 간편히 보관할 수 있다.
  • 적당히 레트로하고 적당히 괴악한 디자인이 내 기호에 맞다.

단점

  • 조립이 부실하기 때문에 살살 소중히 다뤄야 한다. 그래서 휴대하기는 만만찮을 듯하다.
  • 어댑터의 부피가 다소 크고, 모니터와 따로 보관해야 해 분실할 수 있다.
  • 요즘 모니터 가격이 많이 내려서 재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싸다.